2021년 개봉한 『컨저링 3: 악마가 나에게 그랬다고 말했다』는 '컨저링 유니버스'의 세 번째 메인 시리즈로, 공포 영화의 장르를 넘어 실화 기반의 스릴러와 법정 드라마적 요소까지 아우르는 작품입니다. 실제 있었던 '아르네 셰이언 존슨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악마의 빙의’를 법정에서 변론 사유로 제시한 이례적인 사건을 영화화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공포영화를 좋아하신다면 이 영화는 꼭 추천드리고 싶은 작품입니다. 이 글에서는 영화의 줄거리부터 주요 등장인물 분석, 관객과 평론가들의 평가, 그리고 시리즈 전체에서 이 작품이 갖는 위치까지 총체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영화 <컨저링 3> 줄거리
영화의 도입은 시리즈 특유의 강렬한 오프닝 퇴마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11살 소년 데이비드 글랫젤이 악령에게 시달리는 장면은 『엑소시스트』를 떠올리게 하는 전형적인 고전 호러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에드와 로레인 워렌 부부는 퇴마 의식을 시도하지만, 도중에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고, 에드는 심장마비를 겪으며 퇴마가 중단될 위기에 처합니다. 이 과정에서 데이비드의 누나의 남자친구인 아르네 셰이언 존슨은 "그를 놔두고 나에게 들어오라"는 말을 외치며 악령을 자신의 몸으로 불러들이게 됩니다.
이후 아르네는 어느 날, 전혀 기억하지 못한 상태로 자신의 집주인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체포됩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악마가 시켰다”라고 주장하며, 이 사건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악마의 존재’를 법정에서 변론에 사용하는 사건으로 기록됩니다.
에드와 로레인은 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초자연적인 현상과 관련된 기록, 과거의 의심스러운 범죄들, 그리고 데이비드에게 일어났던 일련의 현상들 속에서 그들은 이 모든 것의 배후에 ‘의도적인 저주’가 있었음을 밝혀냅니다.
사건의 실마리는 오래된 저주받은 토템에서 시작됩니다. 이 물건은 특정 위치에 놓이면 저주가 발동되며, 해당 인물을 악마에게 지배당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이 저주를 퍼뜨리는 이는 바로 ‘오컬트 숭배자’, 즉 인간이지만 악령을 숭배하고 사악한 의식을 행하는 인물입니다.
로레인은 심령 감응 능력을 통해 살인사건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고, 에드는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로레인을 돕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습니다.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영혼의 저주를 푸는 싸움'에서 '인간 내면의 악과의 싸움'으로 그 깊이가 확장됩니다.
등장인물 분석
에드 워렌 (Ed Warren) - 패트릭 윌슨
컨저링 시리즈를 관통하는 남성 주인공. 이번 작품에서는 심장병을 앓는 가운데에도 자신의 목숨을 걸고 초자연 현상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에드는 로레인의 영적 능력을 믿고 그녀를 지지하며, 종교적 신념과 인간성 사이에서 흔들리는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그가 휠체어를 타면서도 마지막 순간 로레인을 구하는 장면은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로레인 워렌 (Lorraine Warren) - 베라 파미가
초자연 감응 능력을 지닌 영적 수사자. 이번 작품에서 로레인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실제 사건의 배후를 파악하는 결정적 열쇠를 쥐게 됩니다. 그녀는 단순한 '능력자'가 아니라, 인간성과 동정심, 두려움과 책임 사이에서 갈등하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묘사됩니다. 후반부, 그녀가 자신도 저주에 빠질 뻔한 장면은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립니다.
아르네 셰이언 존슨 (Arne Cheyenne Johnson) - 루아이리 오코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인물로, 악마에게 지배당했다는 주장으로 무죄를 주장합니다. 그의 캐릭터는 단순히 희생자이자 용의자가 아니라, 악마적 힘에 저항하려는 인간 본성의 상징으로서 작용합니다. 영화 내내 그의 표정과 행동은 '정상과 광기 사이'를 오가며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오컬트 숭배자 (The Occultist)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인간이 중심이 된 악의 존재가 등장합니다. 기존 시리즈들이 '빙의된 존재' 또는 '저주받은 영혼'에 집중했다면, 이번엔 의도적으로 악을 퍼뜨리는 인간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큰 변화를 보여줍니다. 그녀는 영적 의식을 통해 인간들을 악마에게 바치려 하며, 영화의 주제를 '믿음 vs 의도된 악'이라는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립니다.
관람객들의 평가
긍정적인 평가
1. 장르 확장 시도
전작들이 순수 공포물에 가까웠다면, 이번 작품은 공포 요소에 법정 드라마와 수사극 요소를 가미하여 새로운 장르 융합을 시도했습니다. 그 결과, 심령 현상이라는 추상적 공포에서 '인간 의도'라는 현실적 공포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게 됩니다.
2. 실화 기반 서사 강화
'컨저링 유니버스'의 주요 특징인 '실화 모티브'가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실제 재판 장면과 기록이 영화 전개에 녹아들어 몰입감을 높였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3. 주제의식과 메시지
'악마'라는 존재가 외부의 힘이 아닌, 인간이 불러내고 이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단순한 공포 이상의 깊이를 부여했습니다. 이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인 "악은 언제나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점과도 부합합니다.
부정적인 평가
1. 점프 스케어 부족
기존 팬들이 기대했던 컨저링 특유의 강력한 점프 스케어가 다소 약화되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긴장감과 분위기 중심의 연출로 전환되면서, 직접적인 공포를 원하는 팬들에게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2. 장르 불일치감
법정 드라마와 수사극 요소가 공포물과 결합된 방식이 다소 어색하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일부 관객은 “중반부터는 컨저링이 아닌 범죄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3. 오컬트 숭배자 설정의 약함
반전으로 등장한 ‘오컬트 숭배자’ 캐릭터가 뚜렷한 배경 설명 없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다소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흥행 성적과 수익
제작비 3900만 달러로 시작된 이 영화는 팬데믹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전 세계 2억 40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상업적으로는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HBO Max와 동시 스트리밍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극장에서 상당한 수익을 거둔 점은 시리즈의 브랜드 파워를 입증했습니다.
결론: 『컨저링 3』가 남긴 유산
『컨저링 3: 악마가 나에게 그랬다고 말했다』는 단순한 공포영화를 넘어선 장르적 실험의 결과물이었습니다. 기존의 귀신, 악령 중심의 공포에서 벗어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사회적 이슈와 법적 논쟁까지 영화 속에 끌어들였다는 점은 큰 의미를 지닙니다.
비록 기존의 ‘무서움’을 기대했던 관객에게는 다소 이질적으로 다가올 수 있었지만, 시리즈의 서사 확장과 메시지 강화를 위해선 필연적인 변화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컨저링 시리즈가 더 이상 ‘공포만을 위한 공포’가 아닌, 인간성과 도덕성, 그리고 믿음에 대한 탐구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환점이었습니다. 워렌 부부의 신념과 인간애는 앞으로도 시리즈가 계속되는 한 관객들에게 강한 여운을 남길 것입니다.